나는 지난 1월 27일 오전 9시 41분에 이재명대표의 전화를 받았다.
이대표는 대뜸 “형님이 꼴찌했데요”라고 말했다.
내가 “무슨 말이냐”고 하자, 이대표는 “후보적합도 조사결과 안태준(전 경기주택도시공사 부사장, 현 당대표 특별보좌역)이 31%, 신동헌(전 광주시장)과 박덕동(전 경기도의원)이 각 11%, 형님이 10% 나왔다”고 했다.
내가 “전혀 터무니없는 수치”라고 하자, 이대표는 “거기(경기광주을)는 전략지역(최근 현역의원 불출마선언, 의원직 상실)이기 때문에 그 수치는 중요치 않을 수 있다”며 나이(만 69세) 등을 들어 불출마할 것을 종용했다.
나는 이미 12월 16일 이대표가 걸어온 전화 통화에서 나이 등을 거론하기에 “생물학적 나이만으로 재단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본다.
잘 생각하라”고 한적이 있다.
나는 1월 27일 통화 후, 안규백 전략공천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“이대표 전화 받았는데, 당에서 그런 조사한적 있느냐”고 물었고, 안위원장은 “없다”고 한 뒤 “그럼 경기도가?”라고 대꾸했다.
‘경기도’란 이대표의 비선인 ‘경기도팀’을 지칭하는 것이다.
우리 캠프는 2월 2~3일 유와이텔 여론조사연구소에 의뢰하여 4명의 예비후보에 대한 적합도 조사에 들어갔다.
결과는 1등과 4등이 정확히 뒤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.
선거법상 이 조사결과3는 공표하지 못하게 되어있어, 수치는 공표하지 못하지만 필요한 이는 열람할 수 있다.
자! 보자. 이대표가 불러준 수치의 오묘함을 31:11:11:10.
특별당규상 후보간 적합도 차이가 20% 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면 단수공천할 수 있게 돼 있다.
그 규정에 딱 꿰어맞춘 것 아닌가.
안태준특보는 친명원외조직이라고 하는 더민주혁신회의 멤버로, 작년 8월 그 멤버들 9명이 동시에 당대표특별보좌역 임명장을 받은 바 있다.
안특보는 지역활동을 전혀 하지 않다가 최근에야 사무소를 내고 활동을 시작했고, 지역에서의 인지도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.
‘친위부대’를 꽂으려다보니 비선에서 무리수를 둔 것이고, 누가 보아도 납득할 수 없는 수치를 조작한 것이다.
나는 유와이텔 조사 데이터를 가지고 이대표를 만나려했다.
2월5일 오후 이대표에게 전화를 넣었으나, 지금 이 시각까지 응답이 없는 상태다.
70년 전통의 공당 민주당에서, 정당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인 공천과 관련하여 이런 초현실적인 작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.
이는 나 한사람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. 여러 지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개연성이 다분히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정면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.
조작이 혁신인가?
당이 지금이라도 혼미한 상태에서 깨어나길 바란다.